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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룡 칼럼니스트/ 중국동포타운신문 편집국장 |
[서울=동북아신문]“비례대표 이야기가 정치권에서 먼저 나오진 않았을 거다. 여당도 야당도 쉽사리 중국동포를 공천하는 일이 쉽지 않다. 당장 선거구에서 동포들에게 과도하게 친화적인 정책을 실시했을 경우 내국인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전략상으로 보면 망하는 수가 있다. 동포들이 다수 거주하는 지역의 여론이 꼭 좋지는 않다. 지역구가 슬럼화 된다고 해서 떠난 분들도 많다. 다문화사회라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지만 그 시점이 지금이냐고 물으면 ‘아직 시기상조다’고 말할 수 있다. 냉정하게 들리겠지만 이게 현실이다.”
한국 00언론 기사의 한 대목이다. 여기서 말하는 정치권은 여당과 야당의 공식적인 입장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 20대 총선에서 조선족출신 비례대표국회의원 공천 얘기는 여당과 야당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도 없고 또 발표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이것이 현실이지만 재한조선족사회에서 비례대표 얘기가 들끓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말부터 올해 들어 4.13총선을 앞두고 여당이든 야당이든 일부 후보들이 재한조선족사회 표를 의식하여 개별단체장들을 찾아 이런저런 약속을 하고 또 귀가 솔깃한 공약을 던져준다. 일부 단체장들이 확인을 거치지 않고 확정되지 않는 공약(公約)이 아닌 공약(空約)을 떠들고 다닌다. 많은 내용의 空約 가운데 20대 총선에서 조선족출신 비례대표국회의원 공천문제도 포함되어 있다. 아직 당 차원에서 거론조차도 되지 않은 일을 마치 이미 확정된 것처럼 공공연하게 ‘홍보’한다. 한 표라도 더 얻으려는 얄팍한 전략에 의해 생겨난 풍문이 사실처럼 되어가고 있다.
재한조선족사회에 이 空約이 公約처럼 잘 먹혀드는 이유가 있다. 이자스민 때문이다. 수십 분의 1밖에 되지 않는 필리핀 출신 이자스민이 19대 국회의원이 되었으니 4년이 지난 지금 70만 조선족사회에 당연히 국회의원이 한 명쯤은 공천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일각에서는 이를 기정사실로 보는 경향이 짙다.
미안한 일이지만 재한조선족사회는 한국 정치권의 중시를 받지 못하고 있다. 왜서일까? 적지 않는 사람들은 그 이유를 필리핀 사람들은 적지만 단합이 잘 되어서 국회의원을 배출한데 비해 조선족은 머릿수만 많았지 단합이 되지 않아 국회의원을 배출 못한다고 떠들고 있다. 이는 근거도 없고 사실도 아닌 어처구니없는 주장이다.
19대 총선에서 여당이 이자스민을 비례대표로 공천한 것은 당시 한국정부가 다문화에 지원한 예산이 연간 2,800억 원이 배경이었다. 천문학 숫자이다. 재한조선족사회에 지원한 예산은 서민 한 사람의 연봉의 반밖에 안 되는 1,200만원이었다. 정부의 입장에서 또 여당의 입장에서 천문학적인 정부예산을 퍼부으니 당연히 이를 대변할 국회의원이 절실히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자스민이 공천 받은 것이지 단합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이방인’ 대표를 국회에 입성시키려면 명분이 필요한데 이자스민은 명분이 있었던데 비해 조선족출신 비례대표 공천은 명분이 없었다는 것이다.
4년 후 지금에 와서 조선족출신을 비례대표로 공천하는 것이 전혀 명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숫자적으로 70만 명이니 정부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현안이 많고도 많다. 따라서 국회에 한 명쯤 입성하여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때가 되었다. 그렇지만 정치는 단순히 숫자로 하는 것이 아니다. 힘의 논리로 움직일 수도 있고 국민을 설득시킬 확실한 명분이 필요할 수도 있다. 어떠한 방식을 떠나 조선족출신 비례대표를 공천했다가 내국인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게 된다면 당 차원에서 믿지는 장사이다.
조선족출신 비례대표 공천을 받으려면 물론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한국 언론에서 떠들고 있는 것처럼 60여개 단체가 뭉치고 있다는 움직임으로만 되는 게 아니다. 더욱이 한국정치권이 자기들의 이해관계로 중시하는 일부 조직들은 마치 4.13총선용으로 존재하는 듯이 한국정치권에 비취지고 한국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은 곤란하다. 00후보를 지지하고 그 대가를 바라는 식의 조직은 더욱 곤란하다. 조선족출신 비례대표는 이런 임시적이고 단기적인 눈앞의 이익을 쫓는 움직임에 의해 공천되는 것이 아니다. 능동적인 움직임은 철저한 준비가 있어야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힘의 형성은 단순히 숫자로만 생기는 것이 아니다. 영향력이 있는 조선족사회 단체장들과 엘리트들이 한 자리에 모여 왜 조선족출신국회의원이 필요한지? 국회에 입성하면 무엇을 대변할 것인지? 재한조선족사회 현안이 무엇이고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재한조선족사회 중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충분히 논의하고 연구를 거쳐 서류 준비 잘 해서 여당과 야당을 찾아다니며 설득 작업을 발이 닿도록 뛰어야 한다. 그냥 앉아서 비례대표에 공천되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나 큰 오산이다.
한편 재한조선족사회에 국회의원이 될 자격을 갖춘 인물이 있는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아주 중요한 문제이다.
국회의원 자격 기준에 대해 정해진 것은 없지만 대체적으로 한국역사문화를 비롯해 다방면 지식수준을 갖춰야하고, 도덕적으로 검증되어야 하고, 일정한 자금력도 있어야 하고 재한조선족사회발전과 한국사회에 기여가 있어야 할 것이다. 또 언변능력도 있어야 하고 리더십도 있어야 하는 등등,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 감각이다. 정치란 ‘ㅈ'자도 모르는 조선족이 국회의원이 된다면 재앙이 될 수 있다. 정치 감각을 익히려면 좋기는 구의원, 시의원을 거치면서 경험을 쌓는 것이 자산이 될 수 있고 또 이를 바탕으로 국회에 입성하면 더 큰 일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초등학교도 다녀보지 못한 사람이 대학생이 되는 꼴이 되면 의정활동을 제대로 못해내는 것은 물론이고, 동네망신만 남기게 될 것이다. 혹자는 한국문화에 서툰 이자스민도 국회의원을 맡고 있는데 조선족이 못해내겠는가고 반문할 수 있는데 사실 한국인은 외국인에 비해 동족인 조선족에 대해 모든 면에서 기대치가 훨씬 높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국회의원이 되고자 하는 조선족은 다른 외국인에 비하지 말고 스스로 자질제고에 힘써야 한다.
상술한 바와 같이 객관적으로 또 주관적으로 철저한 준비 과정이 없이 가령 운이 좋게 비례대표가 된다한들 안 되기만도 못하다. 어떤 루트의 라인을 타서 자격이 되지 않는, 속이 텅 빈 00가 비례대표로 공천되면(물론 그럴 리가 없겠지만, 그러나 100% 배제할 수는 없다) 조선족 수준과 자질이 도마 위에 올라 여론의 물매를 맞을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그 한 사람의 수준과 자질이 전체 조선족을 대변하는 것이므로 동네 망신만 남길 것이고 추후 총선에선 비례대표는 더는 바랄 수가 없게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재한조선족사회를 대변하는 일군인 비례대표를 바라겠으면 조직적인 준비도 반드시 이뤄져야 하고 후보가 되려는 사람들도 자신의 자격을 스스로 검증하고 또 객관적인 검증도 거치고 나서 철저한 준비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조선족 국회의원 얘기는 천방야담으로 흐지부지하게 끝나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