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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의]야설(野說)조선족 4: 자치주 창립, 그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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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1.19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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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에 어떤 분이 ‘모택동이 민족주의자 조선족 5,000명 정도를
학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적었다. 먼 훗날 기록들이 세상에 나오면 밝혀지겠으나 현재까지는 들어본 적이 없는 얘기다. 그러나 60년대 말까지
조선과의 국경이 완전히 닫히지 않았던 점과 6.25 전쟁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던 점, 문화혁명으로도 해결이 가능했던 점으로 보았을 때
모택동이 굳이 그럴 필요까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주덕해 평전>을 읽으신 어떤 분이 평전에서 주덕해가
박해를 받은 이유가 적혀 있지 않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나도 한참을 찾았으나 그런 내용이 나오지는 않았다. 그런데 다른 분이 '주덕해가
백두산 영토를 북에 떼어줬다고 문화혁명 때 독박을 쓴 거'라고 적어주셨다.
주덕해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 내 눈에 거슬리는 모든 것에 대하여 공격이
가능했던 시기에 무엇이 불가능 했을까? 그것이 설령 진실이고 정의라고 하여도 광란의 시대엔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거기에 정확히 기록을
하여야 하는 사람마저도 평정심을 잃었을 수 있다.
문화혁명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최근 들어 궁금한 점이 생겼다. 문화혁명
시기에 가해자는 도대체 어디로 갔나에 대한 의문이다. 어릴 때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문화혁명 시기에 피해를 봤다는 얘기를 귀에 딱지가 지도록
들었다. 어릴 때는 그러려니 했는데 이게 30년이 넘어가니까 어딘가 희한했다. 주변 사람들은 자신을 모두 피해자라고 했는데, 그러면 도대체
가해자는 어디에 갔을까? 아마 영원히 밝혀지지 않을 것 같다. 세월이 흐른 지금 본인들도 부끄러운 역사임을 깨달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어서 시작한다.
자치주 창립, 말은 쉬우나 그리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같은 공산당
정권이었음에도 소수민족을 배척하고 이주시키고 했던 소련을 보았을 때, 지금도 타민족에 대한 배척이 이루어지고 있는 일본을 보았을 때, 중국의
소수민족정책은 잘못되었다고 할 수 없다. 물론 자치주를 세우기까지 조선족의 노력과 공헌은 컸다. 국공내전에서도, 항일전쟁에서도 조선족의 활약은
늘 돋보였고 그들의 열정은 한족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1949년, 무산계급 정당의 공산당 정권(지금의 시각으로 이
때의 공산당을 평가하지 말길 바란다. 부의 축적이 없었거나 있어도 평준화가 이루어졌던 시절이라 무산계급 정당이라고 지칭할 수 있다)이 만들어지고
불과 몇 년 뒤에 조선족 자치주가 만들어졌다.
몇 십 년이 흐른 뒤의 역사가 어찌 흘러가든, 서로가 대접 받는 평등한
유토피아(적어도 그렇게 생각하고)에, 국경에, 자치권까지 얻었으니 얼마나 좋았을까? 비록 생산력은 망치, 삽, 낫, 호미에서 밖에 나오지
않았으나 인간은 어차피 자신이 알고 있는 환경에서의 평등을 원하는 존재가 아니었던가? 모두가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그 날 덩실덩실 추던 춤은 이젠 풍습이 되었다. 지금도 자치주 창립일인
9월 3일이 되면 이 동네는 명절이다. 한복을 차려 입은 어르신들이 춤추고 노래하고 어딜 가든 <자치주 창립의 노래>가 울려 퍼진다.
계절적인 요인도 있다. 농작물의 수확철보다는 조금 이르나 낮 기온이 영상 20도 정도, 밤 기온이 영상 10도 정도인 시기다. 습도가 낮은
지역이라 매일 매일이 상쾌한 기분이 드는 때다.
자치주의 창립으로 조선족들은 본격적으로 자신들만의 것을 만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은 자치주 자치조례가 된다. 일단 눈에 보이는 것은 가게 간판이다. 간판에는 무조건 조선어(2010년대를 넘으면서
한국어라는 표현이 나오기 시작했다)와 한어(汉语. 중국인의 언어)를 병기해야
한다. 지금도 연변에 처음 오는 한국 사람들이 신기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신문, 방송(2000년 이후 위성방송 개설), 출판사는 물론 교육,
문화예술, 연구기관, 공업, 정부기관 등 거의 모든 분야가 우리말로 제작, 전송, 처리를 한다. 80년대에는 컴퓨터 코드집(DOS 시절, 중국
정부에서 아시아 언어나 특수부호를 코드집으로 만들었다. 그 안에 우리말이 포함되면서 우리말의 컴퓨터 입력이 가능해졌다)을 만들었고, 큰돈은
아니나 1980년에 발행된 20전짜리 지폐에는 얼굴까지 올랐다. 거기에 90년대 말부터 중앙정부가 추진한 ‘21세기 100개 대학 프로젝트’에
연변대학이 선정되면서 대학이 커지기도 한다.
저기 한복이
보이는가?
이 여성이 지폐 안에
한복을 입고 있는 분이다.
굉장히 긍정적인 부분이다. 아마 이대로 발전했으면 조선족은 아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부족으로 되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상이 어찌 긍정적이기만 할까?
주덕해를 시작으로 40년 가량 조선족은 조선족 자치주의 1인자인 서기와
2인자 주장(州長)을 역임했다. 그러나 조선족의 마지막 공산당 서기 리덕수(1983~1990)를 끝으로 서기는 한족으로 바뀐다. 강택민이
국가주석이 되고 나서의 일이다. 자치주 조례는 ‘주장은 반드시 조선족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서기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어찌할 수가 없다.
일단 최초의 한족 서기(1990-1995)에 대해 언급하고 지나가자.
현재 중국국가지도자서열 3위인가 4위에 있는 전국인민대표대회위원장 장덕강(한국에서는 ‘장더쟝’이라 부른다. 한국의 국회의장 정도이나 실권은 훨씬
더 세다고 보믄 된다)이다.
연변대학 조선어문학부를 졸업하고 조선김일성대학에서 유학한 경험이 있다.
지금은 그렇지 않겠지만, 전공과 환경 덕분에 연변에 있을 때까지만 해도 우리말로 책을 읽는 속도가 한어로 책을 읽는 속도보다 더 빨랐다고
전해진다. 그가 연변에서 서기를 할 때 연변의 경제는 비약적인 발전했다. 왜 그런지는 주변의 조선족들에게 물어보기 바란다. 아는 사람은 덧글로
달아도 좋다.
1인자인 서기가 한족으로 바뀐다고 절차적으로 진행되는 행정이나 문화까지
단기간 내에 변화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무시할 수 없는 변화가 있었다. 바로 2인자인 주장들이 공석이든 사석이든 우리말을 별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심지어 임기 내내 한마디도 하지 않거나 할 수준이 못되는 주장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자 우리말을 하지 않거나 못하는 상황이 점차
많아졌다. 반면 한어는 점점 잘해갔다.
미국에 사는 한인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 그러나 조선족들만 모여 사는
조선족 자치주에서 한어를 잘하는 것은 90년대까지만 해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우리말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어 한어를 할 필요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쯤 되니 눈치 빠른 학부모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대부분의
주장들이 한어를 잘하고 우리말에 대해선 언급조차 하지 않는 상황에서, 내 자식도 한어를 잘하면 주장이 될 가능성이 있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게 90년대 초반부터 조선족 학생의 한족학교 진학이 러시를 이룬다.
당시나 지금이나 왜 한족학교에 애를 보내느냐고 물으면 하나 같이 “중국에서 살려면 한어를 잘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라고 당연한 듯 대답하고
있으나, 이는 상대적으로 고위층에 속하는 주장부터가 우리말을 외면하고 한어를 잘하는 현상과 상관관계가 있다.
하지만 눈치 빠른 부모들도 간과하는 게 있다. 역대 주장들이 한어를
잘하는 것은 그들이 연변이 아닌 타 지역에서 태어나거나 우리말을 배울 수 없는 지역에서 살면서 ‘존재를 위한 강인함’을 배웠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는 주장들의 부끄러운 모습이 정당성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민족’이란 개념은 상상 속에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상상 속의
것이 아닌 현실적인 것이라고 보았을 때 언어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어떤 민족이 무너진다면 언어부터 무너질 것이다.
조선족 학생들이 한족학교에 대량 입학하면서 조선족학교는 학생 수가
모자라 문을 닫아야 하는 수준에까지 이른다. 내가 소학교를 다니던 때만 해도 학년 당 반이 10개가 넘었다. 근데 학생들의 이동이 가장 심했던
2000년대 초반에는 학년 당 겨우 두 개 반을 채울 정도로 학생이 줄어 있었다.
해당 사태를 비판한 2005년 기사
웃기는 것은 한국이나 조선이라는 시장을 본 한족학생들 또한 조선족학교
입학하려고 성화였다는 점이다. 조선족학교에 조선족 학생이 없고 한족학교에 한족 학생이 줄어드는 기상황이 연출되었다.
2010년 이후, 급기야 정부는 민족별로 학교에 입학시킨다는 방침을
내놓는다.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가 없으나 한 번 무너진 것들을 다시 세우기는 거의 불가능하고, 그것을 다시 세우려고 할 땐 무너뜨릴 때의
에너지보다 몇 배 심지어 몇 십 배의 노력이 들어간다. 그런데 조선족에겐 재건하기 위한 열정도 에너지도 없다.
언어의 붕괴는 다방면으로 이루어진다. 주지하다시피, 중국 조선족은
공식적으로 조선의 표기법을 따른다. 한국과의 거래가 많아지면서 한국어 표기법의 영향을 받기도 했으나 공식적으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표기법을
따른다.
문제는 조선족이 자체적으로 이 언어를 발전시킬 아무런 능력이 없다는
점이다. 90년대 초반까진 매년 조선으로 유학을 보내기도 하고 유학을 오기도 했다. 이렇게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국제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게 끊겼다. 대신 한국과의 왕래가 많아졌으나 조선족들은 조선과 한국의 언어 차이를 체계화하지 못했고, 자체의 것으로 만들지 못했다.
그러면서 중국어의 직역과 이상한 것들을 만들어 그것이 '정확한 것'이라고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1. 음료대상 착공 (대상: 프로젝트나 건설공정을 의미)
2. 촌민위원회 기바꿈 완료 (시골마을위원회 선거 완료)
3. 불량거주지 개조 (붕괴위험주택 개조)
4. 창업 새기제 건립 (새로운 창업발판 마련)
5. 그물식 관리 조직적봉사모식 (해석이 어렵다. 아는 사람들은 덧글 부탁)
6. 민생개선에 살손댄다 (살손: 온 힘을 기울인다는 뜻으로 주로 쓰임)
7. 우대무휼표준 재차인상 (우대무휼: 군인이나 보훈자, 표준:지원금 기준)
8. 증명서제작 직능 (행정기관의 증명서를 발급할 수 있는 권한)
9. 직책 참답게 리행해 록색전환발전추동에 이바지해야
10. 초요사회를 전면 실현하는 웅위한 새 장 엮자
연변조선족자치주의 대표 일간지에서 나오는 제목들이다. 10개 중 해석
없이 몇 개나 이해할 수 있는지 덧글에다 적어주기 바란다.
뱀발
혹시 책을 좋아하는 분을 위하여 내용을 추가한다. 조선족의 역사에서
과장과 풍자의 형식으로 세태를 비웃는 글을 썼던 사람은 2명 밖에 없다. 바로 ‘박은’과 ‘박선석’인데, 박은이라는 분은 큰 장편소설은 쓰지
못하고 단편소설만 썼고, 그놈의 돈 때문에 한국에서 노가다를 뛰다 뇌출혈로 사망하였다.
그에 반해 박선석이라는 분은 농민 출신으로 단편소설도 여러 편 썼을
뿐만 아니라 <쓴웃음>이라는 장편소설도 지었다. 지금은 절판되었으나 사회주의개조부터 문화혁명까지의 역사적 흐름을 해학적으로 잘 표현한
책이다. 한국에 여러 권을 선물로 보낸 적이 있는데, 읽어 본 사람들이 박경리의 <토지> 수준이라고 평했었다. 지금도 간간이 작품을
내기는 하나 개인적으로 정점인 <쓴웃음>을 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쓴웃음>은 어떤 잡지에 몇 년간 연재되다가 2003년
책으로 묶여졌다. 혹시 한국에서 해학적으로 글을 쓰는 작가를 아시는 분이 있으면 덧글로 달아주기 바란다. 한국에서 해학소설을 본 적이 없어서.
이게 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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